한동안 참 칼럼류 글만 쓰다가 오늘은 뭔가 드디어 일기 스타일의 글을 쓰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해볼 이야기는 아침에 가족들이 틀었던 TV방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KBS 아침마당 방송에 창극과 여성국극 활동을 하셨던 국악인 선생님들이 인터뷰로 나오셨더군요. 아무래도 TVN 드라마 ‘정년이’ (그리고 이것의 원작이 된 웹툰과 책) 때문이었던 거 같은데, 어차피 KBS에서는 토요일에 <국악한마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내용인 거 같았습니다. 어차피 몇 주 뒤면 2024년 KBS 국악대상 행사도 곧 있을 거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인터뷰 방송을 보면서 매우 충격을 받았던 것은 명창 선생님들이 “젊을 때 이럴걸 하면서 후회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창극과 여성국극이 주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여성 국극이 최근에야 다시 재조명받긴 하지만, 한동안은 “쇠퇴기”를 겪고 일부 선생님들이 민요 쪽으로 방향을 트시거나 국립창극단에 소속되어 활동하시거나 하는 때가 많으셨기 때문에 “여성 국극이 좀 더 활발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답을 하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의 답변은 걸작이었습니다.
“시간 남을 때 소리공부를 더 할걸 그랬지 아유…”
중요하니 한번 더 말하자면 이번 인터뷰에 오셨던 명창 선생님들은 이미 각 대학 국악과에 성악(판소리, 민요) 교수님이나 출강강사를 오래 하셨던 분들이나 한예종 전통예술원 출강을 나가시고 은퇴교수님 내지 명예교수님까지 하셨던 선생님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뭐가 모자라시다고” 젊을 때 하시던 후회라는 게 “소리 공부를 더 할걸” 이란 이야기를 하셨는가가 저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러면서 다시 곰곰이 떠올려보는 것은 바로 “장인 정신”이란 단어입니다. 어쩌면 이런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경지’까지 오른 분들이 오히려 느끼는 것이 ‘난 아직도 부족한 것이여’라는 마인드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국립극장이나 국내 국악당에서 하는 국악공연에서 하는 명창 선생님들의 판소리, 민요 공연에 ‘경외감’까지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판소리 명창 선생님들의 소리를 들으면 “저게 사람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싶은 그 소리의 무게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한두 해를 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 최소 몇 년 - 최대 몇십 년까지 하시면서 켜켜이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국악”이라는 것은 2020년이 흐른 지금에도 “살아남았던 것”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일각에서는 장인정신은 “구시대적인 것” 이라면서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장인정신은 절대 구시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분명 Ai의 시대나 일론 머스크가 그렇게 부르짖는 ”완전 자동화“의 시대가 온다 하여서 사람의 할 일이 줄어든다고 한들, 결국 사람들의 본능 속에는 ”직접 노력을 들여서 만든 것“ 혹은 ”직접 사람이 표현하는 예술“ 을 그리워하는 것이 남아있고, 그것은 절대로 한두 번 깔짝이는 것으로는 나올 수가 없는 ’깊은 맛‘ 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장인들의 가치는 2020년대의 시점에서도 유효한 것이고, Ai나 기계의 영향이 점점 커진다 해도 그것은 엄연히 ”한 카테고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인스턴트” 가 익숙한 시대, 그리고 Ai의 프롬프트 프로그래밍으로 “딸깍” 하고 나오는 시대 속에서 그래도 여러 번을 지루하게 반복하고,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을 수 번, 수천번, 수만 번 반복하는 이런 장인들의 모습이 다시 재조명되는 것은, 점점 떨어져 가는 노동의 가치, 그리고 국제적인 혼란 속에서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것“ 에 대한 갈망. 그리고 우리의 문화 콘텐츠나 우리나라 제품들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모습 속에서 ”그 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지점에서 다시 떠올려보는 ”장인 정신“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저에게도 이것은 작지만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는 짓은 무의미해 보일지 몰라도, 쌓이면 결국 “뭔가는 되어” 있겠지요.
아침, TV방송 속 인터뷰에서 만난 ”초로의 나이가 된 장인들의 소회“ 속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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