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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현씨의 IT

블레이범의 뜬금없는 풍평피해 (게임프리크 게임기획 초안자료 유출사건)

by EH0401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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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업계에 있어서 가끔 일어나는 것은 “회사 PC가 해킹당하는” 사건일 것입니다. 이게 의도적인 해킹이던, 사고로 일어난 것이던, 그로 인해 가끔 게임회사의 초기 기획자료가 유출되거나 차기 출시작의 발매 계획이 유출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은 어쩌면, 게임회사가 보드게임 디자인 회사가 아닌 한, 아니 솔직히 보드게임 제작사여도 해킹으로 인한 기획안 자료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보 보안의 중요성(?) 이 강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포켓몬 개발사 게임프리크, 해킹…대규모 내부 자료 유출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포켓몬 개발사 게임프리크가 보안 침해로 인해 프랜차이즈 관련 대규모 내부 자료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IT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게임프리크는 지난 8

www.digitaltoday.co.kr


그런데, 결국 이것을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제작사 ‘게임프리크’ 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닌텐도, 그리고 그 산하의 개발사들에 대한 해킹시도나 그로 인한 자료 유출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 굉장히 큰 피해 규모라고 알려졌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커 (혹은 해커그룹)이 닌텐도 개발자 포털 네트워크를 해킹, 그중에서도 게임프리크의 개발 직원 (타카베 타쿠토 씨로 추정되는)의 계정과 그 안의 자료를 탈취했는데, 그게 무려 1 테라바이트, (1TB)였고, 거기에는 차기작인 “포켓몬스터 레전드 ZA”의 자료 그리고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기라티나“ 의 초기 설정자료, 그리고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의 초기 설정자료가 주로 있었다 합니다.

그중에서 다소 놀라운 것은 ”신오신화“의 초안 자료입니다. 물론 이 자료들은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기라티나“ 시리즈 그리고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의 핵심 스토리, 핵심 설정으로 알려진 ”신오지방 (옛 히스이지방)의 설화“ 들이 담겨있는데요. 이 부분은 저도 어릴 적 포켓몬스터 기라티나를 끝까지 클리어해 본 입장에서 워낙 신기했던 것이긴 합니다.

솔직히 “신오지방 설화” 이 담긴 신오지방 도서관의 이 내용은 참 충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 자료들 중 “신오신화의 초안” 은 상당히 수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신오지방의 모티브는 “홋카이도 지방” 이기 때문에 보통 홋카이도 지방의 원주민들인 아이누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거나 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의 설화도 참고를 하니 다소 수위가 센 설화도 있었고, 실제 홋카이도 지방에 있었던 “에조불곰 마을습격 사건” 에서 모티브를 딴 “(링곰으로 추정되는) 포켓몬과 검을 든 포켓몬 사냥꾼” (이건 실제로 게임 내에 순화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물교구설화”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들이 문제가 되었고 여기에 연루된 소재가 “블레이범” 그리고 “게을킹 (게을로, 발바로 등의 진화 전 포켓몬 포함)“이었다는 것이죠.

보통 “이물교구설화”라고 하면 대표적인 게 한국에도 몇 개 있습니다. 대충 백제 시대의 ”웅진 지역“ 관련 곰나루 설화 같이 사람이 곰과 ”교미“를 했다는 내용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이 초안들은 대충 ”납치“를 한다거나 ”최면으로 속여서 “ 포켓몬이 사람과 교미를 했다거나 하는 내용들이 나와서 정말 ”대환장“ 그 자체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 중에서 ”블레이범“ 이 제대로 풍평피해를 봤습니다. 왜냐면… 블레이범은 ”스타팅 포켓몬“이었던 것이 컸습니다. 포켓몬 2세대 즉 ”골드-실버-크리스탈“ 시리즈의 메인 불포켓몬 (브케인-마그케인-블레이범) 이기도 했고, 옛 신오지방인 히스이지방의 스타팅에도 메인 불포켓몬 (히스이 리전폼 블레이범) 이기도 했죠. 그렇다 보니 신오신화에서 언급이 가장 많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메인 캐릭터“의 초안이 다소 수위가 높은 충격적인 내용이라는 데 벙 찐 유저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정말 “네? 제가 왜요?” 싶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내용입니다….

물론 이 설정들은 정식으로 다이아몬드-펄 시리즈가 나오면서 ”폐기된 “ 설정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좀 남겨진 것이 신오지방 포켓몬 도서관의 ”포켓몬과 결혼한 사람이 있었다 “ 내용(…) 내지는 ”검을 든 포켓몬 사냥꾼” 이야기 정도지만 이 “검을 든 포켓몬 사냥꾼” 도 초안은 사람들이 링곰과 다투곰, 그리고 그 새끼인 깜지곰을 사냥하고 괴롭혔고, 그것에 대한 복수로 어느 다투곰 한 마리가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죽이고 식인을 했고 그것에 다시 사람들이 검을 들고 복수를 하려 했다는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건은 실제로 홋카이도 지역에 있었던 사건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그래도 신오 지방의 모티브인 홋카이도의 문화적인 배경을 담아내었다는 납득이 되지만 블레이범은 그렇게 납득을 시키기엔 좀 많이 충격적이었죠.

포켓몬GO 중 옛날 신오지역인 히스이지방을 담아냈던 “타임리스 트레블러” 에서 나오는 히스이 블레이범

물론 히스이 블레이범이 “불-고스트”라는 속성값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에 개연성을 담아내기 위함인지 이 블레이범 관련 설화의 초안은 다소 “비극적인” 내용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원한” 혹은 “원혼”이 목덜미에 붙었다는 설정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즐기는 포켓몬스터 게임”에 이런 과격한 설정을 넣는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어쩌면 폐기되는 게 맞았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블레이범은 좀 억울한 풍평피해를 입었습니다. “어린 소녀를 납치하는 포켓몬“이라는 불명예를 말이죠.

결국 해외 유저들은 들고 일어났습니다. (출처 - https://x.com/asdwyy_ouiu/status/1846267654434427031?s=61)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해외 포켓몬 유저들은 ”Not All Typhlosions” (모든 블레이범이 그렇진 않는다!) 라면서 “블레이범 구명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오죽하면 포켓몬컴퍼니 미국지사마저도 “이 설정은 초안이고 정식출시되면서 폐기가 된 설정이므로 공식설정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이미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한 블레이범, 그리고 그것을 어린 시절 2세대 때부터 플레이해 오며 애정으로 길렀던 유저들에겐 다소 충격과 상처가 컸다는 점이 참 씁쓸합니다.

잊지 마세요. 브케인은 그래도 귀엽다는 사실을 (출처 - 포켓몬코리아 포켓몬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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