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오늘 오후 대법원의 판결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지난 2016년 즈음부터 진행되었던 퀄컴의 이른바 "특허 갑질" 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이 퀄컴의 상고 안을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 과징금이었던 1조 311억 원을 확정했습니다.
이게 한국 내에서는 특허 관련 과징금 처분 금액 중에서는 역사상 최대 금액이고, 해외에서도 나름 손에 꼽는 과징금 액수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왜 1조가 나왔던 것일까요?
2016년 당시 공정위가 퀄컴을 제소했던 당시의 연합뉴스 기사를 다시 꺼내와 봤습니다. 처음 공정위가 이 문제를 파악했던 것은 2014년 경이었습니다. 당시는 LTE 통신체계 시기였고, LTE 관련 통신 칩셋, 특히 모뎀 쪽은 퀄컴만이 만들었던 때였기 때문에 당시 퀄컴은 스냅드래곤 AP 칩셋 안에 아예 "AP+통신모듈+통신칩셋" 세트를 같이 묶어서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 "특허 로열티"가 문제였는데, 이때는 애플도, 삼성도 자체 통신칩셋을 만들지는 않고 퀄컴의 통신칩셋을 사다 쓰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퀄컴은 이 부분에서 소위 "로열티 장사"라는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2015년경 더 노골적이었는데요. 연합뉴스 기사에 나왔던 인포그래픽을 한번 더 복습하면...
1) 먼저 미디어텍, 비아, 인텔 등의 타 업체에게 LTE 관련 통신모듈을 못만들게 했습니다. 그나마 비아라던가 미디어텍은 대만 쪽 회사이기 때문에 여기다가 통신모듈 라이선스를 줄지 말지는 타국 회사라서 퀄컴의 선택이었다 쳐도, 인텔에게까지 라이선스를 주지 않았던 것은 다소 문제의 여지를 남겼고, 이후 인텔도 퀄컴에 별도로 제소를 합니다.
2) 이 부분은 위에서 말했던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서 로열티 장사를 했던 부분입니다.
3) 이제 이 부분 부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로열티 장사는 그대로 하면서 "다른 회사의 통신 모듈도 쓰면 안 되고 (이때 인텔도 자체 LTE/5G 통신모듈 개발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자체 개발 통신 모듈에 대한 특허도 나에게 제공 "해 줘"라고 했으며, "포괄적 라이선스" 즉 퀄컴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폰도 "통신 표준 특허는 퀄컴의 CDMA 기술이 베이스였으니 그거에 대한 로열티도 달라!"라는 소위 "갑질" 행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때 당시 미국 내에서도 "하... 저거 독과점 지위 남용이 맞는데..." 하는데도 나설 수 없던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퀄컴이 "미국 회사"이고.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법적 분쟁에는 (제한적으로나마) 로비가 "가능했다"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즉 당시는 인텔이 통신 모듈과 통신 칩셋을 개발 중이었고, 그런 마당에서는 퀄컴이 갑자기 "미국 연방정부가 제소를 했다고?" 하면서 삐져서 갑자기 생산을 안 하거나. "에라이 엿 먹어라" 하고 통신 기술 등을 "중국에 팔아버리면" 미국에 대미지는 상당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미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제 3국, 그것도 EU가 아닌 한국에서 이 제소를 해버렸고, 이게 미국 입장에서도 약간 충격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던 거 같습니다. 하필이면 법정 분쟁 중인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 때였고, 이 부분이 한-미간 외교라인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아무튼 오늘 이렇게 8년 여에 걸친 분쟁이 끝났고, 공정위의 최종 승리로 끝나 퀄컴은 과징금을 무려 1조 311억 원을 내게 생겼고요. 그리고 그 사이에 퀄컴에 제대로 열받았던 삼성, 인텔은 이제 자체 통신 모듈 / 통신 칩셋을 만드는 지경까지 와서 지금은 퀄컴 입장에서도 이 분쟁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애플도 퀄컴 대신 브로드컴 칩셋을 쓰다가 최근에 자체 통신 칩셋과 모듈로 가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다만 공정위 측에서도 "라이선스 계약 자체의 위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는 아쉬움을 드러내긴 했는데요. 아무래도 이 부분은 그 사이에 진행되었던 퀄컴-애플 간 분쟁에서 애플이 이기면서 퀄컴에게 상당히 많은 배상금을 받아냈던 것을 참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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