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공개된 2024 NHK 홍백가합전 엔트리

한국에도 연말 가요 시상식이나 가요 행사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거의 “원조”라고 할만한 것은 일본 NHK에서 매년 12월 31일에 하는 “홍백가합전” 일 겁니다.
2024년까지 무려 75회를 맞는 홍백가합전. 이 홍백가합전은 제가 대학생 때 일본문화 관련 교양 강의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뤘을 정도인데요. 보통 일본에서 뮤지션이던 아이돌이 된다 하면 인생에 한 번은 목표로 삼는다 하는 것이 바로 이 홍백가합전입니다. 그러나 최근 홍백가합전은 쟈니즈 사태, 즉 쟈니 키타가와의 성범죄 관련 건으로 인해 쟈니즈 출신의 가수들이 자진해서 불참을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그 엔트리의 공백이 상당히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것은… 한국의 하이브, 정확하게는 하이브의 일본 지사인 하이브 재팬이 비집고 들어갔다는 게 다소 “웃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확실히 올해 홍백가합전의 키워드는 “K-pop”의 약진, 그리고 틱톡-릴스의 트렌드가 반영이 되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출처 - NHK 공식 홈페이지)

이번 홍백가합전에는 르세라핌이 3회 출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아일릿이 첫 출전을 하게 되어 하이브는 이번 홍백가합전에만 3팀을 엔트리로 내는 결과를 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본에 데뷔가 없었고, 한국에도 데뷔가 8개월 차였던” 아일릿이 데뷔 첫해의 마지막 활동을 홍백가합전으로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데뷔곡 “Magnetic”이 틱톡이나 릴스 에서의 인기 등을 타고 일본 데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튠즈 재팬 차트 등에 계속 올랐던 것이 꽤 주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트와이스가 5회 연속 홍백가합전 출전이 확정되었고, 과거 프로듀스 101 일본판 방송을 통해 데뷔했던 현지팀인 JO1도 홍백가합전 3회 출전으로 엔트리를 올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곡으로 숏폼 영상을 만드신 분들이 꽤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통 숏폼영상에서는 후렴만 많이 나와 이 곡의 풀버전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의 엔트리를 보면 아이코나 시이나 링고 같이 전통적으로 홍백가합전 출전을 하는 뮤지션들 외에 첫 출전에 유독 틱톡이나 릴스 등으로 곡이 흥행한 뮤지션들의 출전이 많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애니 ”마슐“의 OST 곡인 <Bling-Bang-Bang-Born>으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크리피 넛이라던가, 역시 <One Day>가 릴스나 틱톡 숏 영상의 흐름을 타면서 뜬 오모이노타케의 첫 출전, 그리고 아일릿의 첫 출전이 이런 케이스인데요. 아마도 이런 숏폼 영상으로 인해 뜬 뮤지션들의 추세가 올해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시작으로 점점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의 숏폼영상을 통해 흥행하는 뮤지션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봅니다.

쟈니 키타가와의 성 추문 폭로로 시작한 쟈니즈 사태는 아직도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거와 별개로 홍백가합전에서는 올해, 그리고 아마 몇 년간은 쟈니즈 출신 아이돌들이나 뮤지션들을 보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여전한데, 바로 NHK에서 과거 쟈니즈 관련 폭로 다큐를 만들었던 BBC와는 별개로 쟈니즈 사태에 대한 탐사보도 다큐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쟈니즈의 잔여 인력들이 만든 회사인 “스타토 엔터테인먼트” 사무소의 임원진들이 홍백가합전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으로 알려지면서, Snowman이나 KAT-TUN의 홍백가합전 출전은 올해 혹은 몇 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뭐 이게 쟈니 키타가와가 생전에 일으킨 문제의 파장을 생각하면 이걸 덮으려고 하는 스타토엔터 측의 입장이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참 씁쓸한 부분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10월 20일 다큐 방송 직전 스타토엔터에서 NHK 측에 NHK 제작 방송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NHK는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다" 라는 이유를 보이면서 결국 보이콧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10월 20일 NHK스페셜 다큐 방송 말미에 나온 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