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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현씨의 글들

고통과 즐거움 그 사이의 기획안

by EH0401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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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현씨입니다. 요즘은 기획안때문에 머리를 싸매는 시즌입니다. 제가 고정프리랜서로 있는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에서 올해 할 프로젝트 몇개와 EH41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 볼만한 컨텐츠는 없을까.... 그리고 답답이들 제작팀도 그렇고 거의 요즘 일주일에 3일은 카톡에서 기획안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고, 워드를 켜서 기획안 초안들을 여러번 읽어보고, 다듬을 부분들을 계속 고민하는 나날로 보내고 있습니다.

음, 그래서 한번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눠볼 건 아무래도 기획안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던 그 무언가가 있을까요? 솔직히 매년 컨텐츠 기획안을 기관들에 제출할 때는 어느정도의 "정해진 형식으로 기획안을 써서" 내야 하는데, 이게 참 스트레스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냥 지극히 말하면 저는 "기획안"을 그렇게 컴팩트하게 짜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반쯤은 즉흥으로 쓰는데, 그래도 가끔 같이 작업하는 분들이 큰 틀에서 던져주면 그 큰틀에 맞춰서 조금 다듬는 정도로 기획안을 짜고는 하지요. 물론 이거마저도 저는 만족을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씨가 하던 그 대사를 떠올리게 되거든요.

무계획이 계획이야.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 실패할 수 있지만, 계획이 없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그러니까 계획을 세우지 않는 거야 - 영화 <기생충> 중에서

 

특히 이번에는 더더욱 그랬던 거 같습니다. 매년 매해 와보숑에서 만드는 <지금이 소중해>는 시청자미디어센터 등에 내는 오디오컨텐츠 특별편을 1-2편 정도 만들고, 답답이들은 이제 곧 레슬매니아 특집으로 시즌4를 시작하게 되는데, 특히 이 두 팀 다 시작부터 기획을 놓고 같이 하시는 분들의 의견차가 다소 있었기 때문에 이걸 조율하는게 참 힘들었고, 그래도 뭔가 조율을 하면 "아 그래도 죽이되든 밥이되든 한 시즌은 이렇게 가겠다"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게 되니까, 더더욱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삶에도 '기획안은 필요하다' 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보통 그런걸 "방향성"이라고 멋있게 포장은 하지만, 방향성까지는 아닌거 같아요. 방향성이라고 딱 단정을 지어버리면, 뭔가 "죽을때까지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해!" 라고 해버리는 거 같아서, 그냥 이걸 '기획안' 정도로 다운사이징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보통 기획안이라 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라는게 그런거거든요.

기획의도(주제) / 시놉시스 - 컨셉 / 분량 / 기타사항

 

음.... 오히려 "육하원칙으로 글을 써봐라" 보다 어쩌면 쉬울 수 있는게 기획안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기관에 내는 시놉시스나 컨셉안은 정말 육하원칙에 따라 써야 해요. 하지만 자신의 삶에 있어서... 육하원칙을 굳이 가져가며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솔직히 올해는 "새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자"를 약간 비틀은 "새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치자"로 주제를 바꿨고, 그 속의 컨셉은 "너무 정형화된 삶의 패턴만으로 살다간 내가 제대로 못 살거 같으니 아주 오래전 학교의 교훈이었는지, 반의 급훈일지는 모르겠지만 새롭고 창의로운 사고를 비틀어 그냥 새롭고 창의롭고 잉여롭지만 그래도 뭔가 남길 게 있는 사고를 치자" 로 했고, 분량은 당연히 1년, 기타 사항으로 - 예산이 펑크나지 않는 선에서 수입/지출비를 조정한다 이런 식으로 대충 정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딱딱한가요? 뭐 딱딱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 기획안 대로 올해가 살아질 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궁핍해지면 있는 계획도 때려치는 나약함이 있으니까요... 솔직히 말아먹어도 괜찮습니다. 그게 사람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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