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카탄'의 아버지, 카탄 섬으로 떠나다.

오래 전 보드게임 카페를 들렀을 때 '이거 없는 곳은 걸러라'라는 말이 나왔던 그 게임... '카탄'입니다.

카탄의 개척자(CATAN), 아무래도 이 보드게임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카탄 섬"이라는 가상의 섬에서 땅을 경작하고, 길을 내어 많은 점수를 얻는, 1995년에 나와서 지금까지도 보드게임하면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 게임. 오죽하면 만나서 이걸 못하다 보니 아예 "콜로니스트"라는 웹 게임으로 만들어서 외국 사람들은 하고 있다는 이 게임... (그리고 아예 '카탄 유니버스'라는 태블릿, 스마트폰 버전도 나왔습니다.)

 

Colonist: Play Settlers of Catan Alternative - Free Online Game

 

Traverse the world of CATAN UNIVERSE: Download now for free

 

이 게임을 만들었던 클라우스 토이버가 지난 4월 1일(독일시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카탄 스튜디오 에서 낸 공식 성명

우리가 카탄이라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거와 별개로 클라우스 토이버 선생은 카탄을 만드는 근 몇년간 골칫거리 아닌 골칫거리를 앓았었다고 전해집니다. 

카탄은 원래 코스모스사에서 내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본업도 보드게임 디자이너가 아닌 치기공사였기 때문에 이런 투잡 상황에서 반쯤 취미로 만들던 보드게임 제작에서 의외의 재주가 발견되면서, 보드게임 디자이너로써의 겸업을 하는데, 초기의 보드게임들은 독일 심바토이즈 산하의 골트지버를 통해 출판이 되었습니다. (특히 바바로사)

그러나 골트지버의 상위회사인 심바토이즈는 토이버에게 압박 아닌 압박을 좀 많이 가했고, 결국 이에 치인 토이버는 새로운 게임은 "아예 다른 출판사를 통해 내겠다!"라고 하게 되는데, 이게 하필이면 당시에는 중소 보드게임 출판사였던 (지금이야 대형 회사지만) 코스모스였습니다. 골트지버와 코스모스 사이에 분쟁까지 날 뻔한 이 문제는 그래도 꾸역꾸역 해결되어 <카탄의 개척자>가 나오고, 대박을 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이제는 토이버 본인과 코스모스와의 갈등 아닌 갈등이 벌어집니다. 카탄 자체는 너무나 인기작이었지만 토이버 본인은 카탄에서 더 정체되고 싶지는 않았던지 "뢰벤헤르츠" 라는 보드게임을 내긴 하지만, 그 이후에는 코스모스마저도 카탄이 너무 잘 팔리니 카탄의 확장판을 요구했고, 처음에는 코스모스 산하로 나오다가, 그거마저도 넌더리가 난 토이버는 아예 가족들과 함께 "카탄 Gmbh"라는 회사 (지금의 카탄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아예 독자적으로 확장판을 내고 있고, 현재 카탄은 그의 가족들에게 확장판이나 지적재산 관리가 넘겨진 상태라 합니다.

클라우스 토이버의 숨겨진 명작인 뢰벤헤르츠, 보드게임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이 카탄을 다 가져가면 이거라도 가져가서 하면 의외로 재미는 있었습니다.

카탄은 저도 물론 어릴 때부터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쉬운 룰" 이 큰 인기를 끌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이게 각 잡고 판다고 하면 아주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초반에 위치 선정을 위한 주사위 굴리기와 자원생산이 결정되는 주사위를 빼면 운의 요소가 아주 많이 작용하지는 않는 다는 점. (아예 한국에서는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결정해 버리는지라 이것도 가위바위보를 잘하면 되는 실력게임이 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Trade-Build-Settle"이라는 핵심문구에 맞게 다양하게 승점을 먹는 방법이 있다는 점. 그래서 작정하고 하면 기본 30분은 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주효했던 듯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카탄의 아버지는 우리들 마음속의 "카탄 섬"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카탄의 미래는 그의 가족들에게 맡겨지긴 했으니 이후에 과연 어떤 확장팩이 나올지, 아니면 카탄의 스타일을 응용한 다른 게임이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